설계공모 심사위원 사후공개…“로비차단” vs “중소사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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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공모 심사위원 사후공개…“로비차단” vs “중소사 불리”
  • 이수진 기자
  • 승인 2024.10.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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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ㆍ중소 건축설계업체 온도차

 

 

최근 설계용역비 20억원 이상의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회 위원 명단 공개 시점을 작품 접수(공모안 제출) 이후로 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건축설계업계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심사위원 사후공개 제도가 대형사와 중소사 간 양극화를 심화하고, 공모 책임성과 투명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서다.

1일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5일 ‘강원도 신청사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146억원ㆍ이하 설계비)’의 작품 접수를 마감하고 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총 7개 컨소시엄이 응모했고, 심사위원으로는 △김성아(성균관대) △김호정(단국대) △남형우(한림성심대) △이공희(국민대) 등 교수 4명과 △손진(이손건축) △전영석(칸 건축) △다니엘 바예(다니엘 바예 아키텍츠) 등 건축사 3명 등 총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공공건축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설계비가 책정된 ‘가덕도 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공모(760억원)’에 이어 올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이번 공모마저 심사위원 공개 시점을 작품 접수 이후로 미뤄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공모에 응모한 A사 임원은 “심사위원회 성향에 대한 고려 없이 발주처가 제시한 심사 기본 방향만 보고 작업하다 보니 디자인 요소 설정, 특화설계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 쌓인 선례가 향후 공모에 표준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당선작 선정을 앞둔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설계공모(137억원)’, ‘새만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및 부대시설 설계공모(68억원), ‘평택시 행정타운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56억원)’ 등도 줄줄이 심사위원회 공개시점을 작품 접수 이후로 예고하고 있다.<표 참조>

앞서 국토교통부는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해 4월부터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의 제12조 2항에 ‘설계비 추정가격이 20억원 이상인 경우 심사위원 명단을 공모안 제출마감일에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해 시행 중이다.

다만,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대형사와 중소ㆍ중견사 간 인식 차이는 분명하다. 풍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사들에 유리하다는 비판이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B사 관계자는 “심사위원회 공개 시점을 늦추면서 공모 초반 로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 과열ㆍ혼탁 경쟁 양상이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반면 중견 건축사사무소 C사 대표는 “영업력이 있는 대형 설계사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심사위원회의 윤곽을 파악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공모 공고 시 심사위원을 공개해야 위원들 개개인이 책임성을 갖고 사전 접촉을 자제한다”고 말했다.

중소 건축사사무소 D사 임원은 “세계건축가연맹(UIA)은 설계경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사위원회는 설계공모 개시 전에 구성, 지침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심사위원 사전 공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잡음이 잇따르자 업계에 뿌리 박힌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건축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새로운문화를실천하는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등 5개 건축단체는 지난 달 30일 ‘공정건축설계공모 확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건축설계공모 운영, 참가, 심사 등에서 설계의 질 향상 도모 △사전접촉금지 준수 △건축설계공모 참가자 동일 조건 하 투명 경쟁 약속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용미 대한건축사협회 공정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장은 “국토부 및 조달청의 건축설계 운영 지침 등 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 발굴해 개정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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