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관 저촉 안되면 기간 연장
“주차장-화장실도 설치, 관심 급증”
“농막(農幕)은 6평(약 19.8m²)밖에 안 되는 데다 화장실도 없어 아내가 오기 싫어했어요. 그런데 쉼터는 최대 10평(약 33m²)까지 지을 수 있고 화장실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니 아내와 함께 더 오래 머물 수 있을 것 같아요.”
충남 공주시의 농막을 농촌 체류형 쉼터로 바꾸기 위해 준비 중인 박병희 씨(63)는 29일 이같이 말했다. 내년부터 지을 수 있는 농촌 체류형 쉼터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이찬호 이동주택미루 대표는 “주차장과 화장실까지 설치가 가능해 반응이 좋다”며 “10평 규모의 공간을 잘 나누면 거실과 방도 만들 수 있다 보니 아직 본격 시행 전인데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숙박이 불법이었던 농막과 달리 숙박이 가능한 임시 숙소다. 연면적 33m² 이하로 지을 수 있고, 정화조도 설치할 수 있다. 주차장도 12m² 이내로 1면을 만들 수 있다. 주택으로는 취급하지 않아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은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쉼터와 부속시설을 제외한 농지에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쉼터 도입의 근거와 쉼터의 구체적인 기준 등을 담은 농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본인 소유의 농지에 전용 허가 절차 없이 지을 수 있는 쉼터는 12년 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정부는 최대 12년까지만 쉼터를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철거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입장을 바꿨다. 올 8월 정부가 쉼터 도입 방안을 발표한 이후 ‘12년만 사용하고 철거하면 누가 짓겠느냐’는 우려들이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사용 기한을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12년이 지난 뒤에도 안전상 위험이 없고 농촌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경우 지자체가 여건에 따라 조례를 통해 사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앞으로 별도 시행 지침을 마련해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 후 3년간 기준을 충족한 농막은 쉼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명현 씨(63)는 “농막은 덱과 처마를 설치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와 적발했는데 이제 편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쉼터의 덱은 가장 긴 외벽에 1.5m를 곱한 면적까지 설치할 수 있다. 이 밖에 정부는 내년에 지자체가 쉼터 단지를 조성해 임대하는 방안, 특정 구역 내 일반건축물 형태로 쉼터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연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